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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가이드

필사에 정답은 없지만, 아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멤버들을 위해 가이드를 만들었어요.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D
하단의 목차를 누르면 해당 내용으로 이동합니다.

0. 필사를 시작하기 전 마인드셋

비장함을 버리자
필사 모임에서 많은 멤버들이 꾸준히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 실망감을 후기로 남기곤 해요. 큰 마음을 먹고 시작했는데 해내지 못했다고. 잘 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하다고요.
필사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비장함’을 버리는 겁니다. 필사를 비롯해서 나를 이롭게 하는 많은 일들에 ‘큰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마음이 크면 소화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고, 내 마음 돌보려 시작하는 일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자투리 시간에 낙서하듯
욕심내지 말고 자투리 시간에 낙서하듯 - <필사의 기초, 조경국>
사람의 뇌는 효율을 좋아해서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하는 걸 반기지 않거든요. 기존에 할 일도 많았는데 에너지를 추가로 써야 하는 일이 또 생기는 거니까요. 그래서 뇌를 속이는 스킬이 필요한데요. ‘완벽하게, 한꺼번에, 많이’보다 ‘서툴러도 좋으니 조금씩, 천천히’가 훨씬 중요해요.
<필사의 기초> 프롤로그에 나오는 저 문장을 노트 어딘가에 써두고, 조바심이 생길 때마다 읽어보시길 바라요. 욕심내지 말고 자투리 시간에 낙서하듯 필사를 하면 반드시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 시간을 기대해 보세요 :)
지킬 수 있는 작은 약속
타인과의 약속을 무리하게 잡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버겁거나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겠죠? 지킬 게 많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어길 게 많다는 거니까. 스스로와의 약속도 마찬가지예요.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서 무리한 약속을 하면 어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필사와 관련된 약속은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도록, 아주 작은 한 가지를 정했으면 해요. 예를 들면 ‘책과 노트를 보이는 곳에 두기, 필사를 못한 날엔 채팅방에 올라오는 인증 사진에 있는 다른 멤버들의 문장 읽어 보기’와 같은 그런 약속들로!

1. 필사를 하는 이유

느려집니다
마음이 아주 소란스러웠던 시절, 문제를 벗어나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인덱스 가득 붙여둔 책을 보다가 문장을 노트에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에 잡히는 노트에 한 줄, 두 줄 써 내려간 게 제 필사의 시작입니다.
그런 시간이 노트에 차곡차곡 쌓였어요. 그 과정에서 일상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읽고 쓰며 느려지는 시간을 경험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내 삶과 마음을 움직이는 건 물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였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 순간을 자주 만나면 필사를 놓기가 어렵습니다 
뿌듯합니다
한 줄 두 줄 채워진 노트를 보면, “내가 이만큼 해냈구나”하는 작은 뿌듯함이 생겨요. 예쁜 글씨, 꽉 채운 페이지가 아니어도 노트 여러 장을 넘긴 흔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성취감을 줍니다. 평생 보관하고 싶은 필사 노트 한 권이 있다는 건 성공한 인생! 야호!
발견합니다
어떤 문장에 밑줄을 긋게 되는지 살펴 보면,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알게 되더라고요. 취향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라는 뜻이거든요. 누군가의 세계가 활자로 남겨진 책 속을 유영하며,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보세요!
즐겁습니다
이제 “종이에 글을 옮겨 적는 일을 좋아하는 소년”의 마음으로 필사합니다. 좋은 문장을 보면 다시 곱씹고 싶기 때문이며,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종이에 글을 옮겨 적는 일을 무엇보다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 <필사의 기초, 조경국>
무엇보다 종이에 뭔가를 남기는 일이 즐겁습니다. 책을 읽고 문장을 옮겨 쓰다 보면 내가 꽤나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나 책도 읽고, 문장 수집도 하고, 노트에 필사도 하는 멋진 사람이야! ㅋㅋㅋ

2. 필사 준비물

저는 도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도구가 곁에 있으면 그 일을 계속 하고 싶거든요. 좋은 도구란, 비싸거나 남이 추천하는 도구가 아닌, ‘내게 맞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도구를 써보면서 나에게 맞는 걸 찾아가길 추천해요. 시행착오를 거치며 좋은 도구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어디까지나 제게 맞는 도구라는 점 참고해 주세요 
노트 고르는 기준
클래식한 디자인 필사 노트는 오래 쓰니까,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단정한 디자인이 좋아요.
미색 내지 백색지보다 눈이 덜 피로하고, 글씨도 더 부드럽게 보여요.
적당한 두께의 종이 너무 얇으면 잉크가 번지고, 너무 두꺼우면 무겁고, 손목이 쉽게 피로해져요.
인덱스 · 페이지 번호 어떤 책을 몇 페이지에 필사했는지 기록하기 좋아요.
도트 내지 추천 무지는 줄 맞추기 어렵고 줄/방안은 꾸미면 복잡해 보여요. 도트는 최소한의 가이드인 점만 있어서 자유도와 안정감의 균형이 좋아요.
리니의 추천템

3. 필사하는 방법

책 전체를 통으로 필사해도 좋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중간에 멈추기 쉬워요.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발췌해서 필사하는 걸 추천해요.
어떻게 시작하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고른다. 길든 짧든 상관없어요.
‘읽다가 밑줄 긋고 싶어진 문장, 두 번 읽게 되는 문장,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머무는 문장, 지금 내 상황이나 기분과 닿는 문장’ 뭐든 좋습니다.
천천히 옮겨 쓴다. 빨리 쓸 필요 없어요. 편한 속도로!
얼마나 · 얼마나 자주 · 언제?
분량 한 문장이든 한 페이지든 다 좋아요. 컨디션 따라 달라도 괜찮습니다. 다만, 너무 많이 베껴 쓰면 손이 아프고 의지가 금방 꺾이니까 적당히 :)
빈도 자주 하면 좋겠지만, 빠진 날이 있어도 전혀 문제없어요. 다시 펼치면 그날부터 또 이어가면 돼요.
시간대 시간보다 ‘필사가 가능한 상황’을 정하는 것을 추천해요. ‘아이 등원 후 일하기 전’, ‘퇴근 후 씻고 나서’처럼요. 특정한 시간을 정하면 변동되는 일정에 따라 지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음미하는 필사
기본이 익숙해지고 “조금 더 깊게 해보고 싶다” 싶을 때 참고하세요.
음미하며 쓰기 쓰기 전에 문장을 한 번 소리 내 읽거나, 왜 이 문장이 좋았는지 잠깐 생각해 보기.
느낀 점 덧붙이기 떠오른 생각이나 그날의 기분을 짧게. 나중에 보면 그날의 내가 거기 있어요.
다시 읽기 가끔 지난 필사 노트를 넘겨보기. 그때와 지금 마음에 닿는 문장이 다를 때가 있어요.
유튜브 참고 영상

4. 글씨체에 관하여

글씨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경국 작가님의 문장을 남겨둘게요. ‘나의 글씨’를 더욱 아껴주는 계기가 되기를!
필사 자체가 목적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써도 나아지지 않는 글씨에 낙담하는 일은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온 세상이 알아주는 명필이라도 자신의 글씨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필사하며 글씨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겠지만 글씨가 먼저가 아니라 필사 자체가 목적이어야 합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할 일이지, 글씨가 나빠서 필사를 못한다고 하면 주객이 바뀐 것이지요. - <필사의 기초, 조경국>
가슴에 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글씨 쓰는 법은 전체를 보아야지 단순히 점과 획을 어떻게 그었나를 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단정하게 문장을 옮겨 쓰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누군가에게 뽐내기 위한 목적으로 필사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글씨 잘 쓰는 기술자가 되기보다 필사를 즐기며 문장을 이해하고 가슴에 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되겠지만 꾸준히 즐거이 하다 보면 시나브로 글씨가 바르게 자리 잡습니다. - <필사의 기초, 조경국>

5. 꾸준히 하는 법

필사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이어가는 것”이에요. 열정은 넘치는데 3일을 못 넘기는 거,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누구나 그래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기!
작게 시작하고 자책하지 않기
시작을 작게 “오늘은 한 문장만” 하고 마음먹으면 펼치기가 쉬워져요.
자리를 정해두기 펜과 노트를 늘 보이는 곳에 두면 읽고 쓰게 될 확률이 높아져요.
빠진 날을 자책하지 않기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 “한 번도 안 빠지는 것”이 아니에요.
함께하는 우리
혼자선 자꾸 미루게 되는 일도, ‘함께’하면 이어갈 힘이 생기더라고요. <필사하리니> 모임에서 같은 책을 읽고 쓰기로 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응원이 되길 바라요. 누가 시키는 것도, 검사하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 편하게, 나만의 속도를 존중해 주자고요!